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파크골프장의 대형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경남 창원이 9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개장하며 ‘국내 최대’ 타이틀을 거머쥐자, 충남 청양과 대구 군위군 등 다른 지자체들도 108홀,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의 건강복지 확충과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전략적 투자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체육시설 확보를 넘어, 주민 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으로 파크골프장이 주목받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전국 최대’라는 타이틀을 통해 지역의 위상을 높이고, 스포츠 도시로서의 브랜딩 강화에도 활용하고 있다.
2000년 진주에 첫 도입…24년 만에 411개소로 급증
파크골프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스포츠로, 클럽 하나와 공 하나만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는 2000년 경남 진주에 6홀 규모로 처음 도입되었고, 2004년에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정식 9홀 코스가 들어서며 전국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파크골프장은 기존 체육시설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조성 비용과 유지 관리의 효율성 덕분에 행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에는 고령 인구 밀집 지역의 복지 차원에서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스포츠 레저 수요 증가와 함께 가족 단위 체험 활동, 생활체육 경기 종목으로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야외 스포츠’로 인기를 끌며 성장세에 탄력을 받았다. 도심 근교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과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약 4만 5,000명이던 동호인 수는 2023년 18만 3,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비등록 동호인 수를 합하면 이미 50만 명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구 증가와 함께 파크골프장 수도 2020년 254개에서 2024년 411개로 약 62% 늘었다. 누적 이용객 수는 2023년 한 해만 약 1,277만 명에 달하며, 스포츠뿐 아니라 지역관광 자원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민간 부문의 관심으로도 이어져 파크골프 관련 장비, 패션, 여행상품 등 다양한 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파크골프 동호인을 위한 전용 용품점, 식음료 브랜드, 대회와 지역 축제와 연계한 숙박 패키지 상품 등이 등장하며 관련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18홀 시대 저물고 지자체 ‘국내 최대’ 경쟁 가속화
도입 초창기 파크골프장은 9홀, 18홀 규모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27홀, 36홀이 대세이더니 최근엔 54홀, 72홀, 90홀을 넘는 초대형 코스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경남 창원시가 개장한 90홀 대산파크골프장은 이전까지 전국 최대였던 경기 양평군의 81홀 코스를 뛰어넘으며 ‘국내 최대’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가 활동 보장과 전국 동호인 유입을 통한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린 전략이었다.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대구 군위군이 180홀이라는 전국 최다 홀 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군위군은 2024년 81홀 규모의 코스를 우선 개장하고, 2027년까지 99홀을 추가로 조성해 총 180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지자체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으로 국내 최대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군위군은 국제대회 유치, 파크골프 아카데미 설립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청양군은 10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 중이다. 36홀씩 세 면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2025년 정식 개장을 목표로 한다. 청양군은 개장 시 연간 약 40만 명의 방문객 유치를 예상하며, 이로 인한 직간접 경제 효과를 수십억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파크골프장이 생긴 후 지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청양군은 향후 유소년 파크골프 체험교실 운영, 실버클럽 리그 개최 등을 통해 연령대별 참여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하천을 따라 커지는 파크골프…조성 방식과 제도적 변화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면 평균적으로 9홀당 8,250㎡(약 2,500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도심 내 유휴부지 확보가 어려운 지자체들은 하천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부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관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하천 점용 허가가 까다로워 개발이 어려웠지만, 최근엔 관련 제도가 개선되며 절차가 간소화됐다. 2000~2010년까지 불과 5건에 불과했던 하천 점용 허가 건수는 2011~2020년 사이 77건으로 늘었고, 2021~2024년에는 135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파크골프장을 고령화 사회의 필수 체육 인프라로 인식을 바꾼 덕분이다.
전국 대부분의 대형 파크골프장은 하천 변이나 농업용수 여유지, 도심 외곽 체육공원 등에 설치되고 있다. 조성 예산은 보통 20억~50억 원 수준이며, 일부 지자체는 민간 투자나 특별교부세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비 지원 확대를 통한 대형 프로젝트 유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와의 협의를 통해 자연 친화적 코스 설계, 생태복원형 파크골프장 모델도 점차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숙박·외식·상권 활성화 뚜렷…지역경제 효과 ‘쑥쑥’
대형 파크골프장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전남 화순군이다. 2024년 10월 화순군이 개장한 81홀 규모 화순파크골프장은 불과 4개월 만에 3만 5,000명이 넘는 방문객을 기록했으며, 이 중 외지 방문객이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화순군 관광과 관계자는 “외지 동호인들이 파크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인근 식당과 전통시장, 숙소를 이용한다”라며 “특히 주말이면 숙박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됐다”라고 말했다. 화순군은 이를 계기로 지역 전통시장과 연계한 특산물 판매, 체류형 프로그램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충남은 청양군에 조성하는 108홀 파크골프장 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청양파크골프장이 연간 1,800명의 정기 방문객과 최대 40만 명 이상의 누적 방문객을 유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청양군 관계자는 “향후 전국 단위 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지역 홍보 효과도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역 농산물 판매 확대, 숙박 업계와의 연계 프로모션 등 다각적인 경제 활성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동호인·지자체 한목소리…“이제는 규모의 시대”
파크골프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경기 안성에서 활동 중인 송재현 동호인은 “18홀만 있는 곳은 반나절도 안 걸려 끝난다. 54홀 이상이어야 하루 운동하며 힐링도 할 수 있다”라며 “요즘은 여행 겸 파크골프를 즐기러 다른 지역으로 원정 라운드를 가는 동호인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그는 “경기와 강원, 경상과 전라 등 지역마다 개성 있는 코스 설계와 풍경이 다르기에 같은 운동도 전혀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이러한 수요를 인지하고 파크골프장을 ‘지역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관계자는 “고령화와 귀촌 인구 증가 속에서 파크골프는 주민 복지이자 외지인 유입 인프라이다”라며 “2024년 개장한 54홀 영주파크골프장에 평일 이용객이 1,000명이 넘는다”라고 전했다. 영주시는 향후 파크골프장을 활용한 실버 페스티벌, 가족 스포츠 캠프 등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지역 대학과 연계한 파크골프 전문 강좌, 자격증 교육 등도 검토하고 있어 스포츠 교육과 일자리 창출로의 연계도 기대된다.

“메가급 테마형 파크골프 리조트 시대 열린다”
파크골프 산업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에 ‘테마형 파크골프 리조트’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한 운동 시설을 넘어 숙박, 레저, 지역특산물 체험을 결합한 복합시설 형태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클럽하우스, 지역 전통문화관, 청소년 가족 체험시설 등을 연계한 복합 리조트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관광부처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전남파크골프협회 협회장이자 목포과학대 파크골프연수원장으로 파크골프 저변확대에 힘쓰고 있는 박경래 교수는 “파크골프는 이제 단순한 고령자 운동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 여가가 결합된 복합 자산”이라며 “지자체가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운영과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파크골프를 둘러싼 생태계를 정비하고, 지역별 특색 있는 모델을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파크골프장 대형화 추세는 단순한 시설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복지와 관광경제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지역의 인구 구조와 경제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진화된 전략이기도 하다. 일부 지방정부는 ‘파크골프 산업 진흥 조례’ 제정을 통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홀 수 경쟁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파크골프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행정과 민간, 동호인이 협력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는 파크골프장을 체육시설 이상의 ‘지역의 미래 인프라’로 바라볼 시점이다. 양적 확장이라는 기초 위에 질적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이야말로 파크골프가 진정한 국민 스포츠로 도약할 결정적 시기다. 프로 파크골프 출범을 앞두고 이에 걸맞은 규격, 시설을 갖춘 대형 파크골프장의 출현도 질적 도약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