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 2024년은 대한민국이 파크골프 ‘홀릭(holic)’에 빠진 해로 기록될 참이다. 파크골프 동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전국 지자체마다 파크골프장을 앞다퉈 조성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전국대회를 비롯해 대한노인회, 농협 등의 지역 단체에서 주최하는 대회도 연중 열린다. 고액의 우승상금이 걸린 전국대회에는 참가선수와 방문객이 수천 명에 이르러 개최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파크골프 선도 지자체로 꼽히는 화천군은 내친김에 군청 실업팀을 창단해 전국 지자체로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인구 100만, 파크골프장 500곳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이다. 노년 전유물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3세대 국민스포츠로 떠오른 올해의 파크골프 핫이슈를 돌아보자.
월간 <파크골프가이드> 편집국은 2024년 파크골프 이슈를 알아보기 위해 관계자 인터뷰와 포털 검색, 파크골프 단체 자료 등을 활용했다. 인터뷰는 시도, 시군구 협회장과 동호인, 지도자, 심판, 선수, 용구업체 대표, 파크골프장 관리자 등이 대상이었다. 포털에서는 검색창을 통해 파크골프와 관련해 가장 노출이 잦은 단어를 찾았다. 아울러 (사)대한파크골프협회 등의 관련 단체 집계자료를 참고했다. 올해의 파크골프 핫이슈는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 선거, 동호인 증가, 구장 신설‧증설, 전국대회 확대, 산업 성장, 아카데미 확산 등이 꼽혔다. 이와 함께 구장 조성을 둘러싼 갈등과 홍수 피해, 지도자와 심판 일자리 창출, 스크린골프장 증가, 프로 파크골프 출범 등도 이슈였다.
제4대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 20일 선출
김선종‧김영재‧홍대호‧홍석주 출마예정자 출사표
우리나라 최대 파크골프 단체인 (사)대한파크골프협회의 차기 회장이 이달 20일 선출된다. 대한파크골프협회(이하 협회)는 2008년 설립된 전국파크골프연합회가 모태이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시군구 협회와 25만여 명에 이르는 회원, 수많은 지도자, 심판 등이 활동하고 있다. 협회 회장 선거는 산하 협회 임원과 지도자, 심판, 동호인 등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정된 200명 안팎의 선거인 투표로 결정되는 간선제이다.
이번 선거에는 네 명의 출마예정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예정자마다 협회에서 쌓은 경력과 파크골프 발전과 저변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앞세우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출마 후보는 가나다순으로 김선종 경북파크골프협회장, 김영재 경남파크골프협회장, 홍대호 강원파크골프협회장,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 이사이다.
김선종 경북협회장은 경북도의회 4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경북협회장을 역임하며 파크골프 저변확대와 관내 기관과의 협업, 해외교류 등에 주력했다. 경북교육청과 업무협약으로 학교에 강사를 파견해 파크골프교실을 운영했고, 영진전문대, 수성대, 구미대와도 잇따라 협약을 맺었다. 일본 사가파크골프협회와 한일 교류프로그램을 추진했고, 몽골과도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재 경남협회장은 기업가 출신이다. 김해협회장을 거쳐 2018년 경남협회장에 취임했다. 경남협회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구장(66곳)과 회원(3만여 명)을 보유한 협회로 성장시켰다. 2022년 ‘경상남도 파크골프 22년사’를 발행하는 등 파크골프 역사와 동호인 활동을 자료로 정리하는 일에도 힘써 왔다.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는 대회 참석 등으로 동호인들과의 거리 좁히기를 해왔다.
홍대호 강원협회장도 기업가 출신이다. 2015년 동해협회장에 이어 2021년부터 강원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홍 출마예정자는 3년 재임 기간에 협회 회원을 2배로 늘리는데 앞장서 왔다. 도 내의 화천군과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협업으로 각종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화천군이 전국 최대 규모의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파크골프 선도 지자체로 자리잡는 데도 기여했다.
홍석주 대한파크골프협회 이사도 사업가 출신이다. 대구협회 부회장과 대구북구협회장을 역임했다. 홍 출마예정자는 대구 지역의 파크골프 발전과 활성화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월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제1회 대통령기 파크골프대회’를 대구에 유치해 총괄본부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치렀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협회의 공로패를 수상했다. 강력한 추진력과 친화력이 강점이란 평가다.
네 명의 출마예정자들은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의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 20일 투표로 선출된 제4대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은 2025년 1일 16일 정기총회부터 임기를 시작해 4년간 재임한다.
파크골프 인구 급증…최근 3년간 평균 47% 증가
협회 회원 25만여 명에 비회원 합하면 40만 추정
파크골프 인구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협회 집계에 따르면, 회원 수가 전년 대비 ’21년 41%, ’22년 66%, ’23년 34%로 증가로 3년간 평균 47%의 급증세를 보여 왔다. 협회는 전국 221개 기초자치단체의 시군구 협회를 통해 매년 1차례 연회비를 납부한 회원을 기준으로 해당 연도의 전체 회원 수를 집계하고 있다.
당연히 시도별 회원도 대부분 증가했다. 특히 경남과 대구 경북 지역의 회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경남의 경우 지난해 말(2만 7,415명)보다 24.7% 늘어난 3만 4,178명으로 집계됐다. 대구는 2만 130명, 경북 1만 8,661명, 경기 1만 1,973명, 강원 1만 1,417명, 충남 1만 489명 순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말까지 회원 수가 25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라며, “시군구 협회에 등록하고자 대기하는 분도 많으며, 회원 등록을 하지 않고 파크골프를 즐기는 동호인들도 다수여서 국내 전체 동호인 수는 40만 명 이상일 것”이라 추정했다. 이금용 대한파크골프협회장은 “파크골프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파크골프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현재 조성된 구장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구 구장 조성 등의 움직임이 뒷받침된다면 회원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파크골프장 411곳, 경남 73곳 최다
수년 내 조성 120곳, 내년 500개 돌파 주목
파크골프장은 2000년 6월 경남 진주에서 6홀 규모의 상락원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했다. 정식 규격은 4년 뒤인 2004년 여의도 한강파크골프장(9홀)이 최초이다. 전국의 파크골프장 수는 집계 첫해 ’19년 226개에서 작년에 394개로 늘었고, 현재는 411곳으로 집계된다.
전국 파크골프장 이용자 수는 2022년 894만 명에서 2023년 1,277만 명으로 4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5~60대가 70%로 압도적이나, 최근에는 203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며 3세대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 파크골프장 이용요금은 무료인 곳이 가장 많고, 유료 가격대는 주로 1,000원에서 6,000원 사이다.
파크골프장이 많이 늘었지만, 급증하는 파크골프 인구를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증가하는 파크골프의 수요에 따라 파크골프장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 지자체 자료에 따르면, 4년 이내에 조성 예정이 120곳에 달해 내년 500곳을 돌파할지 주목된다. 현재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이 73개, 경북이 57개로 가장 많으며, 대전광역시와 인천광역시가 5개로 17개 지자체 중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크골프의 수요와 시설이 늘어남에 따라 하천 점용 허가도 늘어나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5건의 허가가 있었으며, 2011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77건, 2021년부터 2024년 사이에는 135건의 허가가 났다. 현재 국가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파크골프장은 134곳이며 지방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곳은 83곳이다. 개장 예정인 곳을 포함한 총 525개의 파크골프장 중 41.3%의 골프장이 하천 점용 허가를 받은 셈이다.
강원 화천군에 지역경제 활성화 효자 노릇
주민복지에 건강증진, 관광수입까지 일석삼조
인구 2만 3,000여 명의 강원 화천군은 매년 네 차례 국내 최대규모의 상금을 걸고 전국대회를 개최한다. 북한강변 3개의 파크골프장(54홀)에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골퍼들이 몰리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화천군에는 시즌오픈을 시작으로 부부대회, 페스티벌, 왕중왕전이 열린다. 대회가 없는 기간에도 명품구장을 찾는 수백 명의 동호인이 북적거린다.
화천군이 하남면에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산천어축제에서 이름을 딴 산천어골프장을 열고 대회를 유치한 건 2021년이다. 첫해인 2021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대회 기간을 포함해 3곳의 파크골프장에 모두 55만 7,000여 명이 방문했다. 이 같은 누적입장객 중 절반이 넘는 29만여 명이 외지인이다. 화천군 인구의 10배가 넘은 사람들이 파크골프장을 찾은 것이다. 간동면과 사내면에 각각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조성해 대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수요 증가에 파크골프 용품 시장도 활황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치고 국산 급성장세
파크골프 인구가 늘면서 파크골프채와 공 등 관련 용품 시장도 급성장세로 보였다. 특히 올해 들어 국산 브랜드들은 가속 성장 페달을 밟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피닉스를 비롯해 브라마, 로얄미다스, 빅토리 등이 대표적이다. 파크골프 종주국인 일본에서조차 국산 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협회는 품질검사를 통해 용품을 인증하고 있다. 협회에서 주최 주관하는 대회에는 반드시 인증 용품만 지참하고 참가할 수 있다. 협회의 인증제는 일본산 제품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일본 협회에서 한국산 파크골프채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한 거에 대한 맞불이다. 협회에서는 올해 11월까지 70여 개가 넘은 제조업체의 용품을 인증했다.
올해 국내 파크골프채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70% 훌쩍 넘어섰다. 국내에 유통되는 국산 제품의 대부분은 협회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들은 매출 성장과 함께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부심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국 매장은 물론 차량을 이용한 AS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학, 대학원 파크골프 관련 학과 속속 개설
지자체 주민체육 강좌 등으로 대중화 견인
파크골프의 인기가 치솟으며 각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속속 관련 학과를 개설에 나서고 있다. 대구 영진전문대는 2022년 전국 최초로 파크골프경영과를 신설했다. 영진전문대는 전국 최다 파크골프 1급 지도자, 심판 합격자를 배출했다. 경북전문대학교가 개설한 파크골프 아카데미에는 99명의 수강생이 몰리며 인기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경북 구미대학교도 파크골프과를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구미대는 경북파크골프협회장기대회에서 대학부 1, 2위를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학원에서도 파크골프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다.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은 올 4월 ‘제1기 파크골프최고위과정’을 개설했다. 동국대 대학원 최고위 과정은 모집인원이 꽉 들어차며 3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북보건대도 교내에 야외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부설 평생교육원에 파크골프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목포과학대는 전국 대학 최초로 파크골프 운동부를 창단했다. 지역의 파크골프 단체와 기관이 협업해 파크골프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파크골프협회와 순천향대 평생교육원은 ‘파크골프 아카데미 초급·지도자과정’을 열었다. 골프 전문가로 양성된 수강생들은 복지기관과 평생교육원,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파크골프는 인구와 구장이 급증하면서 전성시대를 맞았다. 전문학과와 아카데미 개설 붐이 일었고, 활발한 산학협력에 골프채 등 용품 업체도 활황이었다. 동호인을 포함해 파크골프 공동체는 이달 20일 선출되는 차기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장을 필두로 파크골프 인구 100만, 구장 500곳 시대를 여는 2025년의 더 큰 도약을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