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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옥 칼럼] “둘이 알면 로맨스라구요?

“우리 연애할래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노골적으로 작업을 거는 남자들이 간혹 있다. 십중팔구 툭 던져서 오면 좋고, 아님 말구 식인 남자다.

 

“어머나! 진작 말하시지. 며칠 전 생겼는데”

 

내가 뻔뻔하게 이렇게 말하면 더 이상 말을 못한다. “어머 왜 이러세요? 저를 뭘 로 보고” 이렇게 펄쩍 뛰는 것보다는 넉살 좋게 얼마 전 생겼다고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 있다는데 어쩔 것인가?

 

혹은 지방에서 강의를 들었던 분이 서울에 오셨다고 한번 보자는 분도 계시는데, 그럴 때는 “어머! 어쩌나 저는 제주도에 와 있어요. 아쉽네요. 다음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이렇게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하고는 얼른 핸드폰에 ‘ 받지 말자’하고 번호를 입력해 놓고 그 전화가 오면 절대 받지 않는다. 몇 번 안 받으면 다신 전화가 오지 않는다.

 

강의 자체가 재미 있으니 개인적으로 만나도 엄청 재미가 있을 거로 생각해 연락하시는 모양인데, 가족들이 이상하다 할 정도로 난 1대 1로는 밥도 못 먹고 말도 못 한다. 살면서 오히려 그 점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머 감각이 있어 어느 자리에서든 지붕을 들썩이게 만드는데, 끼까지 있었다면 어쩔 뻔했겠는가!

 

돌아가신 엄마의 소원 중 하나가 큰딸하고 사우나 가서 서로 등 밀어주는 거였다. 부끄러움이 많은 탓에 돌아가실 때까지 그 소원 한 번을 못 들어 드렸다. “그러면서 넌 어떻게 천 명 앞에서도 마이크 들고 강의를 하냐? 너에게 흥은 있냐? 라고 하셨었다. 엄마의 칠순에도 동생들은 나가서 노래 부르고 춤도 추는데 나는 가무는 언감생심 앉아서 박수만 쳤었다.

 

마음으로는 놀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다. 강단에만 올라가면 인원수에 상관없이 순발력도 발휘되고 웃음바다로 만드는데 어찌 1대 1로는 부끄러움이 많은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친구들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말한다.

 

처녀 적 연애도 한 번 못 해보고 남편과 선보고 결혼하기까지 시어머님 댁에서 셋이 데이트하다가 결혼했다. 애 아빠는 “그래도 그런 끼가 없으니 다행이지, 거기에 놀기도 잘했으면 결혼도 안 했을 거”라고 말한다.

 

꼭 잘 놀아야만 스트레스가 풀리고 사는 게 즐거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영화도 보고 TV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보고 실컷 웃기도 하고 틈틈이 다른 분들의 강의를 듣는 것이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SNS의 영향으로 모르는 이성에게서 문자가 오기도 하고 때로는 사진기의 조작으로 예쁘게 나온 사진을 보고 미인이라 칭찬하며 연애하자는 말도 듣지만 실제로는 둘이 만나면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도 못되고 사진처럼 미인도 아니다.

 

밖에 나와서 다른 여자들에게 친절한 남자들? 들어가면 다 똑같다고 말하면, 주변에서는 경험이세요? 하고 물어본다. 워낙 바람을 많이 피우셔서 엄마를 울게 하셨던 아버지를 통해 남자들에 대한 환상이 일찍 깨졌다.

 

남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여자들이 ‘처음 본 여자’라던데 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남자는 ‘익숙한 남자’라고 한다. 가슴 떨림은 없지만 익숙한 내 남편이 낫다. 그래도 내가 아프면 약 사다 줄 것이고, 애들 시집 장가가고 나면 내 곁에 있어 줄 것이 아닌가? 옆에 있는 내 배우자에게 잘해주자.

 

 

 

 

 

 

박인옥

(사)한국교육협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