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언제나 ‘결실’의 계절로 불린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을의 결실은 비단 곡식만이 아니다. 우리 삶에도 수확의 계절이 있고, 그 수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열매일지 모른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누구나 나름의 땅을 일구어 왔다. 어떤 이는 가정이라는 밭을, 어떤 이는 일터라는 밭을, 또 어떤 이는 관계라는 밭을 갈아 왔지만, 그 과정은 늘 순탄치 않았다. 때로는 가뭄처럼 메마른 시간도 있었고, 폭풍우처럼 흔들리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견디고 버틴 끝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 추석은 가을이라 그런지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의 밭’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 혹시 아직도 풀지 못한 아픔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오래된 상처가 여전히 가슴 한구석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가족 사이의 오해, 친구와의 서운함, 혹은 지나간 날의 실패와 후회가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다면, 마치 농부가 잡초를 뽑아내듯이 용기를 가지고 정리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저마다의 삶에는 크고 작은 아픔의 이야기들이 있다. 일찍 떠나보낸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저리거나, 형제자매 사이의 앙금이 풀리지 않아 명절이 오히려 무겁게 다가오는 분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어떤 분을 처음으로 만났다. 약속 장소에 나가 식사하는데, 말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이 쓰고 온 모자가 필자는 알지도 못하는 유명 브랜드라며 얼마라고 자랑하고, 목걸이와 반지도 아주 비싼 것으로 딸이 선물해 주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도 계속 말을 많이 해서 듣는 내내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첫 만남에서 인상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분도 필자도 함께 동석하신 분도 모두 힘들게 겨우 일정을 잡아서 만난 것인데, 돌아오는 발걸음과 마음이 무거웠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 자랑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골프 가서 얼마를 쓰고 왔다던가 또는 남편 회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에 배당금만 꼬박꼬박 받아 챙기며 명품 가방을 구매하면서 딸도 하나 사줬다는 등의 자기과시이기 일쑤이다. 아주 고급차를 몰고 다니며 자랑만 하고 정작 모임에서 밥 한 그릇은 손이 떨리고 마음이 떨려서 못 산다. 그러면서 자랑은 공짜라서 그런지 아니면 자랑할 곳이 없었는지 친구들 사정 생각도 안 하고 자랑을 원 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과연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성공했다는 것은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