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태양은 작정한 듯 뜨겁고, 숨결마저 눅눅해지는 날씨가 이어진다. 한 해의 중심에서 맞이하는 여름 무더위는 건강을 위협하는 변수가 된다. 입맛은 떨어지고 몸은 쉽게 지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은 감소하고, 소화 흡수 능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더위로 인해 식욕까지 떨어지면 필요한 영양을 채우지 못해 면역력과 활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떻게 먹느냐”가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 여름철 식사 구성과 조리 원칙, 식재료 선택법을 중심으로 건강한 여름 밥상 차림을 제안한다.

제철 식재료는 자연이 주는 보약

자연이 주는 계절의 선물, 제철 식재료는 그 계절에 가장 잘 맞는 영양소를 담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수분 함량이 높고 시원한 성질을 지닌 식품들이 많은데, 이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된다.

오이와 가지, 애호박, 부추, 토마토, 수박, 참외, 복숭아 등은 수분 함량이 풍부하고 위에도 부담이 적다. 가지나물이나 오이냉국, 애호박전, 토마토샐러드처럼 가볍게 조리하면 더운 날씨에도 입맛을 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미역이나 다시마, 톳과 같은 해조류는 전해질 균형 유지와 함께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을 주는 여름철 대표 식재료다.

단백질과 수분, 여름철 이중 관리가 핵심

단백질 보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 고기류는 소화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계란, 두부, 연두부, 두유, 생선과 같은 부드러운 단백질 식품을 매 끼니에 넣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갈증보다 앞서는 수분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식사 속 수분 공급도 고려해야 한다.

맑은국이나 죽, 미음, 냉국 등 부드럽고 수분이 풍부한 음식은 탈수와 체력 저하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오이냉국, 콩국수, 닭죽, 단호박죽, 된장미역국은 여름철 체력 보강에 도움을 준다. 식사 중 물만 많이 마시기보다는, 식품을 통한 자연스러운 수분 섭취가 더 효과적이다.

부드럽고 심심한 맛, 여름 입맛을 배려한 조리법

여름 식단은 조리법과 간 맞춤이 특히 중요하다. 식감이 부드럽고 씹기 쉬우며, 간은 강하지 않아야 한다. 자극적인 매운 음식이나 지나치게 짠 음식은 피하고, 찜, 조림, 삶기, 구이 등 부드러운 방식으로 조리하는 것이 좋다.

나물류도 질기게 볶기보다는 데쳐서 무치는 방식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시래기된장국, 가지나물, 무나물, 콩나물무침은 간단하면서도 소화가 쉬운 대표적인 여름 반찬이다. 나트륨 과잉을 막기 위해 젓갈류, 짠 김치, 장아찌 등은 섭취 빈도를 줄이고, 허브,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 등 자연 재료로 풍미를 더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위생관리, 건강 지키는 첫걸음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식중독 발생률이 가장 높은 시기다. 특히 노년층은 면역력이 낮기에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식재료는 구입 후 바로 조리하거나 소분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조리 후 2시간 이상 상온에 두지 않도록 한다.

남은 음식은 반드시 덮개를 덮어 보관하고, 냄새나 색이 변한 음식은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조리기구, 식기류의 청결도 중요하다. 특히 도마나 칼은 고기, 채소 용도를 분리하여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며, 손씻기 습관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삼시세끼 밥상은 삶의 리듬을 세우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더위가 조금은 버겁더라도, 제철 식재료와 따뜻한 정성으로 차린 한 상이 있다면 그 자체로 보양이다. 매일의 작은 식탁 위에서부터 시작하자. 오늘의 밥상이 내일의 활력이다.